역사 속에서 정치세력은 기회만 있으면 종교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국민장으로 거행하면서 정부는 불교,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한국의 4대 종교를 다 끌어들여 각 종교마다 식순을 맡기고 종교의식을 하도록 했다. 이런 일은 각 종교의 교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국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종교를 이용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불교인이면 불교의식을, 천주교인이면 천주교의식을,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의식을 했어야지 정부가 왜 네 종단의 모든 종교의식을 요청함으로써 영혼에 대한 각 종교의 교리에 혼란을 일으키는가?
 
이는 정부가 할 일이 아니었다. 종교의 교리를 무시하거나 아니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이용한 것이다. 각 종교마다 죽은 영혼에 대한 자체교리가 있다. 그런데 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통해 혼합종교의 성격을 만들어 낸 것이다.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노 대통령에게 개인적 종교가 있었다면 그분의 영혼은 대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장례식에서는 고인이 믿던 종교의 의식을 따르는 것이 마땅하며 이는 유족의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왜 그 분이 믿지도 않았던 종교들을 정부가 다 끌어들여 종교적 혼란을 일으키는가?
 
앞으로는 정부가 주관하는 장례식에 모든 종교를 끌어들여 종교적 혼란을 일으키는 일을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정부는 과거에 없었던 나쁜 선례를 남겼다. 
 
종교를 초월해서 유족을 위로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또 사회적 이슈들에서는 각 종교가 얼마든지 함께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장례식에서 여러 종교의식을 함께 하면 안 된다. 이는 고인의 영혼에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영혼을 괴롭히는 일이다. 어느 기독교 기관이 건물 밖에 노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천국에서 편안히 쉬라는 글을 걸어놓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기관의 정치적 이념이 신앙적 소신을 넘어선 행위인 것이다. 조의를 표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모름지기 기독교 기관이라면 기독교 종말론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면 기독교처럼, 불교면 불교처럼, 천주교면 천주교처럼 믿고 행동하고 장례식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 
 
정부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 오늘의 양식 2009년 8월호에 실린  발행인 김상복 목사님의 글입니다.